데이비드 핀쳐는 헐리우드에서 성장한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는 감독이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자신만의 세련되고 혁신적인 영상 감각에 사회를 날카롭게 비트는, 깊이 있는 주제의식까지 소유한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로 영화에 데뷔, 영화<에일리언3>에서 암울하고 매혹적 영상, 숨을 멎게 만드는 충격적 반전으로 비평은 물론 흥행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세븐>에서는 극단적 스타일과 비판의식으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더 게임>과 <패닉 룸> 등에서 이미 그 전조를 드러낸 것처럼 그가 스크린에 가하는 영상 테러리즘은 60년대 폭력 미학의 대가, 샘 패킨파와 견줄만하다. 유령처럼 창백한 청회색 톤의 어두운 저택, 집 안 전체를 육중하게 내리 누르는 우울한 분위기와 달리 너무도 날렵하고 정교한 카메라 워크와 파괴력 넘치는 액션 씬의 연출... 이처럼 그가 보여주는 대범함 속의 정교함, 냉소적 비판 속의 절망적 휴머니즘은 제거하기 힘든 기억의 파편처럼 거부할 수 없이 파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