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전 연극과에 입학했지만 도중에 그만두고 연극 현장에서 활동했다. 연극에서 영화로 활동영역을 옮겨 시나리오를 썼는데, <조용한 가족>이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시나리오를 직접 영화화해서 데뷔를 하게 된다. <조용한 가족>은 코믹 연쇄 살인극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려는 시도였다. 외딴 산장 속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극을 통해 독특한 공포영화로 평가받았다. <아담스 패밀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온 것 같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장르적 컨벤션을 활용하는 능력을 발휘한 영화였다. 다음에 찍은 <반칙왕>은 평범한 샐러리맨이 레슬링을 하게 되면서 소심한 상태를 벗어나 남성성을 회복한다는 내용의 코미디이다. 송강호의 탁월한 연기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프로레슬링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고 있다. 가면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자아의 발견이라는 모티브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적절한 편집으로 빛을 발한다. 김지운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