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필터가 철회됩니다.”>
해안 동굴 진지들과 여러 오름에 위치한 벙커 등 수많은 식민지의 흔적과 함께 항쟁과 학살의 기억을 가진 풍경은 제주섬 곳곳에 숨겨져 있다. 동굴 속에서 바깥 풍경을 캔버스와 겹쳐 바라본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조건>(1935)을 원전으로 삼고 홀리스 프램튼의 <강연> 스크립트를 일부 인용하여 작업 전체의 목소리가 되게 했다.
<조금 부족한 여자>
어느 날 아침. 토막 난 여자의 몸이 발견된다. 하체와 왼손 외에 다른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침입의 증거도 찾을 수 없어 사건이 미궁에 빠지려던 찰나, 남아 있던 왼손이 다섯 손가락으로 일어나 증언을 한다. 서로를 너무 싫어한 나머지 떠나 버린 다른 몸을 찾아 하체와 왼손은 길을 나선다.
<작년에 봤던 새>
선재와 양수가 살고 있는 공간은 제주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되었다. 그들은 이로 인해, 원치 않는 변화를 겪어야 한다.
<실>
창신동 명선의 봉제 공장에 드나드는 사람들. 노동에 관한 저마다의 시선이 명선 주위를 맴돈다. 오랜 세월 함께해 온 이웃 현이 결국 창신동을 떠나게 되자, 명선은 고민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