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룰 수 없는 욕망을 안고 에덴 동산을 떠나며...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는 것들이 있지만 잊으려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난 지금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살아오면서 내 삶 깊숙이 박혀버려 아무리 지우려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 아내와 아들을 두고,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지금, 그 이야기들로 지금의 내 감정을 변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기억 어딘가에 지금의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단서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지난 기억들을 들춰보려는 것이다. 아프리카 케냐의 초원을 놀이터로 삼고 지내던 어린 시절, 수풀 사이 낯선 오두막 집의 작은 창문을 통해 본 풍경은 나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켜 버렸다. 열 다섯 살 정도의 앳된 얼굴, 검은 피부, 울고 있었는지 촉촉히 젖어있던 눈가, 그리고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채 늙은 영감 앞에서 성격을 읽고 있던 소녀. 어느새 호기심은 그녀의 곱슬거리던 머리카락부터 유난히 하얗던 발톱까지 나의 작은 머리 속에 새겨 넣기 시작했다. 열 여섯 살이 되던 해에 수잔이란 여자친구를 만났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두 번째 여자 수잔... 키스의 감미로움과 순간 순간 뜨거워지는 나를 느끼게 해 준 나의 사랑... 하지만 수잔은 그런 나를 차갑게 식혀버린채 밀어내기만 했다. 세월이 흘러, 난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고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다. 무료한 일상의 반복. 어느새 그 생활이 편안해져버린 어느 날, 투니시아라는 낯선 촬영지에서 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도 함께 일하는 동료 루카의 여자친구와 말이다. 하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하려는 나의 선택은 실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