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 순이는 따뜻한 봄날 옛일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긴다.
순이는 열여섯에 열살 갓 넘긴 어린아이와 혼례를 치른다.
설레이던 새색시의 꿈은 깨지고 모진 시집살이와 어린 신랑의 망난이짓으로 서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유일한 즐거움은 모두가 잠든 밤 곳간에서 장화홍련전을 읽으며 자신을 달래는 일이다.
그렇게 십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날 경성으로 유학갔던 신랑 귀동이 영란이라는 신여성과 함께 나타났지만
둘사이의 사랑이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시어머니가 사실은 자신을 몹시 아끼고 있었음을 확인하며 집을 떠난다.
몇년후 여름 순이는 술을 빚어 생계를 꾸려나가는 덕순의 눈에 들어 보쌈을 당하지만
순이 역시 덕순의 순수함에 끌려 산속 옹기터에서 사랑을 꾸려나간다.
다음해 어느 여름날 덕순은 순이에게 줄 분곽을 사들고 술에 만취해 돌아오다 물에 빠져 숨진다.
다시 혼자가 된 순이는 덕순과의 꿈같은 일년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중년에 접어들어 혼자살고 있는 순이앞에 남편 노름빚때문에 소장수에게 팔려갔다 도망친 복녀 모자가 찾아든다.
이를 가련히 여긴 순이는 이들을 받아들이기로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