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있는 외모에 출중한 학벌까지 갖춰 언제나 자신만만했던 은아는 결혼 이후 찾아온 불만족스러운 현재를 자신의 딸 수아를 통해 보상받으려 한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선수이기도 한 수아는 수학뿐만 아니라 과학, 외국어에도 능통한 인물이다. 하지만 은아는 그런 수아에게 만족하지 못하며 항상 더 높은 수준을 기대하며 다그친다. 엄마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수아는 점점 더 깊은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며 삶으로부터 지쳐간다. 수아는 행복이 무엇인지 묻지만 누구도 손을 잡아주지 않자 결국 큰 결심을 하게 된다.
한편 은아의 남편 상현은 대학병원 내과 의사로 성공한 인텔리이다. 하지만 쉽게 타협하지 않는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태도로 인해 자신의 조교와 성추행 문제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택시비 3만 원을 놓고 택시기사 동식과 한바탕 소동을 피우게 된다. 지구대에까지 끌려온 상현은 찾아온 아내에게 결백을 믿어 달라고 말하지만 은아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하다. 자신을 둘러싼 끝없는 소음과 함께 아내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진 상현은 결국 은아가 보는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