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3부작’과 <바라나시>-최근 <불륜의 시대>로 제목이 바뀌었다-를 통해 축적된 감독의 독자적 영화세계를 입증하는 문제적 휴먼 드라마다. 부제 “정씨의 슬픈 이야기”가 영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지시한다. 조재현이 분한 정씨는 꼽추다. ‘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도가 떠오르나, 외모적으로 그처럼 추하진 않다. 무표정 속에 드러나는 애조 띤 눈빛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때문에 아마추어 화가인 정씨의 슬픈 이야기가 더욱 더 궁금하다. 정씨의 사연을 축으로, 그를 에워싸고 펼쳐지는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사연들을 좆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격적이다. 포르노그래피 적 묘사를 마다하지 않는 감독 특유의 거침없는 표현이 보태져, 충격을 넘어 ‘극한 영화’로까지 가 닿는다. 감독의 극단성은 그러나 여느 다른 극한 영화들과는 그 차원이 판이하게 다르다. 지독히 자극적이되 선정적이지 않고, 불편하되 불쾌하지 않으며, 도발적이되 맹목적이지 않다. 내러티브가 철저하게 확고한 문맥 안에 자리해서다. 이 문맥성야말로 감독 전규환의 영화세계를 규정짓는 결정적 인자요 으뜸 덕목이다. 이래저래 2012 BIFF의 센세이션이 되기 모자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