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한 후 6년이나 되는 젊은 스님 법운은 아직도 연인인 영주의 환상에 헤어나지 못한 채 구도의 길을 찾고 있을 즈음 우연히 만나게 된 승적도 없는 땡 초승 지산을 통하여 더 큰 감동과 번뇌를 주체하지 못한다. 소주병이 떨어질 날 없고 심지어 자살 약까지 준비하여 가지고 다니며 허허대고 사는 지산. 그는 어쩌면 달관한 부처 같기도 하고 또 어쩌면 세속의 병든 잡인 같기도 하다. 법운과 지산의 영혼의 싸움이 아프게 펼쳐진 얼마 후 지산은 역시 그런 모습으로 눈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지산의 시신을 화장하고 법운은 영주와 어머니를 찾아본다. 그리고 지산이 못 잊어한 옥순을 만난 뒤, 세속의 모든 인연이 덧을 재확인하고 청년 법운은 다시 고행의 길을 떠난다.